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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死006KW] 위니아 딤채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을 통해 말하는 수리권 이야기 - 한라그룹 만도기계 위니아만도 대유그룹 대유위니아 위니아딤채 위니아 망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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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자연死박물관 제6호 전시품은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입니다. 보일러실의 한쪽 구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딤채 김치냉장고의 부속인 김치 저장용 용기입니다. 플라스틱 재질로 상당히 튼튼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요즘 김치냉장고는 서랍형이 많지만 1세대 김치냉장고의 경우 저런 통을 2층으로 쌓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제품에는 제조일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본체인 김치냉장고가 2004년 제조된 제품이기 때문에 최소 20년은 된 물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본체인 김치냉장고는 우리 집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면 거의 최상급으로 구입해서 곱게 다뤄가며 사용하다 보니 생활용품들을 정말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입니다. 얼핏 들으면 참 좋은 일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예상하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대사 능력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물질입니다. 한마디로 먹으면 탈이 나는 물질입니다. 이 제품의 외부면은 손톱으로도 파일 정도로 낡은 상태입니다. 이 용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음식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함께 섭취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물건을 오래 사용하면 생기는 다른 문제들은 많습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과거 제품들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서 전력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만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기술력의 발전이 무척 빠르다 보니 아무리 구입 당시에 소위 기함급인 제품을 구입했다고 해도 몇 년 후면 보급 제품 수준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디지틀기기는 감가상각도 크고 기간 대비 성능의 차이도 큽니다.

 

최악의 경우는 제조사가 소위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팔려버리는 상황입니다. 이 글의 제목에 적었습니다만 위니아라는 회사는 한라그룹 산하의 만도기계라는 회사에서 시작합니다. 이후 위니아만도라는 이름으로 바뀌다가 대유그룹으로 아예 팔려서 대유위니아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후에는 위니아딤채라는 회사보다는 브랜드의 가치를 부각하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결국 부도로 인해 도산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애프터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요즘은 서비스 관련 회사를 분사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조사가 불안한 상황이면 부품 수급도 힘들고 영업소도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부분의 고장이 여전히 문제없는 제품을 멈춰버리더라도 대응할 수가 없게 됩니다. 현재 본체인 김치냉장고의 봉인 패킹과 문고 정대가 고장이 났지만,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직접 또는 사설업체를 통해 고치거나 아니면 새로 사야겠지요.

 

그렇다고 새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도 아닙니다. 제조원가 절감에 진심인 요즘 제품들은 마감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매번 적응해야 하는 것도 사용자로서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한마디로 새 물건을 사봐야 기능상 예전 것만 못한 경우가 많고 그렇게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물건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냥 전에 쓰던 것 고쳐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물건을 고쳐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리할 권리'를 뜻하는 '수리권'을 보장하라는 사회적인 운동이 등장하는 것이 이런 흐름의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새 물건을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수리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습니다. 또한 수리를 위한 부품과 그 부품의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제조사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리권'도 제조사가 존재해야 존재가 성립됩니다. 아쉽게도 이 김치통은 교체형 제품이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모두 폐기했습니다. 아마 대체품도 다시 플라스틱 용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치 같은 염장식품은 금속 용기에 담을 수가 없고 토기는 냉장고에 넣기에는 무겁고 깨질 위험이 있기에 결국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토기와는 달리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은 된다는 것을 최소한의 위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오늘은 약 20년 전에 제조된 플라스틱 김치 저장 용기를 보내줬습니다. 여러분도 익숙해진 저장 용기가 있다면 한 번 그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냥 관성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는 위협에 노출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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