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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死004KW] 터퍼웨어 냉장고용 플라스틱 트레이 구조 밀폐용기 - 레트로 미국산 식품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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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자연死박물관 제4호 전시품은 플라스틱 밀폐용기입니다. 부엌에 붙어있는 세탁실의 선반에서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약 40년 정도 된 제품입니다. 사용감이 있는 용기는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고 음식 냄새가 배서 음식 이외의 물건 수납용으로도 사용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터퍼웨어는 미국의 주방용품 제조 회사입니다. 1938년도에 설립된 회사로 여전히 미국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업체입니다. 국내에서는 터퍼웨어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단어입니다. 회사 이름보다는 플라스틱으로 된 냉장고용 밀폐용기를 부르는 일반명사로 더 많이 쓰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가 '냉장고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락앤락'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브라질에서 생산한 모델로 보입니다.

 

최초는 늘 위대합니다. 터퍼웨어의 제품의 만듦새는 요즘 제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플라스틱이 보급화되기 시작하던 때의 제품들은 고가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럭셔리 가방들도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가죽과 비교하면 물에 젖지도 않고 믿을 수 없이 가볍고 색상도 기존에 없던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터퍼웨이 제품도 정말 원자재를 아끼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견고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우리 집에 들어오던 시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비슷한 형태의 제품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깨질 위험이 있고 무거운 유리나 사기그릇, 또는 담는 음식에 의해 변질의 우려가 있는 금속제품들만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가볍고 깨지지도 않으며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심지어 뚜껑을 닫아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이는 플라스틱 용기는 말 그대로 혁명적인 물건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제품답게 어느 크기의 생선이든 다 집어넣을 수 있는 엄청난 크기와 실용적인 물 빠짐 트레이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기술은 폴리머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화학작용을 쉽게 일으키게 하는 촉매 기술과 원하는 물성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첨가제 기술이 핵심입니다. 독일의 화학자 '칼 지글러'는 이 촉매를 발견해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과거에는 기술이 부족해서 위험한 물질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중금속 사용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플라스틱은 상처가 나게 되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사용을 중지하고 폐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감정의 교감을 해오던 생명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세월 익숙해진 물건을 버리는 것은 참 마음한켠이 알싸하게 시린 일입니다.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기위해 이렇게 마지막 모습과 추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재활용이 등장하기 이전 세대의 물건이다보니 재홀용 표시도 없습니다. 재활용이 되는 수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플라스틱 용기이기때문에 재활용품으로 폐기할 예정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타파웨어의 로고 모양은 위의 모양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 정통성을 유지한 형태입니다. 그릇에 난 상처들을 보니 참 오랜 시간 고단하게 버텨준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참 열심히 사용했습니다. 충분히 소임을 다했으니 이제 보내주겠습니다.

 

오늘은 세탁실 선반에서 외로이 지내던 플라스틱 용기를 보내주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정말 좋은 제품이라 참 오랫동안 잘 사용했습니다. 모든 플라스틱 제품이 이렇게 품질이 좋다면 오남용이 줄겠지만, 이 이슈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저렴함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과 관련된 문제는 인권 문제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보내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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