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자연死박물관 제5호 전시품은 탁상용 조명 스탠드입니다. 창고의 한구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는 전구의 수명이 끝나서 전구를 교체하지 않으면 아무런 쓰임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요즘은 LED 전구가 일반적이지만 과거의 조명들은 수시로 전구를 교체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 조명 스탠드의 본체는 전구입니다. 전구 없이는 어떤 쓰임도 할 수 없습니다. 전구 이외의 부분은 전원공급장치와 거치대일 뿐입니다. 고급 5파장 램프의 경우에는 조명 제품 가격과 교체용 전구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제품에는 FPL13EX-N이라는 형태의 램프와 호환되는 모델입니다. 램프의 수명이 다 되어서 교체해야하는 상황에서 폐기를 고민 중입니다. 사실 제품의 사용감이 너무 크고 스탠드의 조절 부분의 커버가 다 부서졌습니다.
이 제품의 정체성은 오직 하나입니다. 바로 '헬로키티'입니다. 헬로키티 장식이 달리지 않다면 다른 조명 장치와 비교해서 아무런 장점이 없이 가격만 비싼 제품이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체성의 상징인 헬로키티 장식은 오염되고 상처가 났으며 빛이 바래서 본래의 색을 잃었습니다.
공식적인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서 발매된 제품입니다. 제품의 색상도 특유의 핑크색으로 되어있어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어있습니다. 헬로키티 캐릭터의 팬이라면 공식발매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제품입니다.
제품 전면에는 미국의 가전제품제조사인 제네럴일렉트릭과 삼성의 로고가 새겨져있습니다. 본 제품은 지이라이팅코리아라는 제네럴일렉트릭 계열의 회사제품입니다. 삼성의 로고가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삼성이 라이센슬르 가진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아무래도 한국 시장에서는 삼성로고가 있는 것이 마케팅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품의 제조 관련 정보를 보면 복잡합니다. GE의 한국 유한회사의 이름을 걸고 판매를 하지만 사실 제조는 일본회사의 태국공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판매페이지에는 '세계적 조명회사 GE가 만든 5파장 스탠드'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GE가 만든 것은 아니고 GE의 조명 관련 한국 유한회사가 수입만 했을 뿐입니다. 램프만 GE가 만든 규격을 따를 뿐입니다.
제품의 조정 부분은 금속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하지만 그 금속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커버가 다 부서져 버렸습니다. 탄성이나 복원력이 모자란 비교적 단단한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었던 기억입니다.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부서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외의 부분은 워낙 14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튼튼해서 작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외장이 너무 낡아버렸습니다. 캐릭터 상품으로서는 이미 생명이 다했습니다.
단순한 구조의 제품은 잔 고장이 없고 수리가 쉽습니다. 이 제품도 14년을 사용했지만 고장이 나지 않았습니다. LED램프는 수명이 10년이 넘습니다. 하지만 램프의 수명이 길더라도 파워서플라이나 컨버터부위가 고장난다면 램프의 수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자연死박물관의 포스팅은 이제는 보내줘야하는 물건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포스팅을 작성하는 중 이 제품은 바로 폐기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내구력이 검증된 단순한 구조의 제품이기때문에 외장만 새롭게 리폼을 해볼 생각입니다. 리폼이 완료되면 새롭게 바뀐 버전을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리폼되지 않거나 혹은 리폼중에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14년간 소임을 잘해온 5파장 조명장치를 소개했습니다. 이 물건이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생명을 더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