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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전시관

LG전자 AM/FM 라디오 수신기 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 레코더 TS-277

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자연死박물관 제1호 전시품은 라디오 수신기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제2호 전시품은 라디오에 한가지 기능이 더 붙은 제품입니다. 두 기능 모두 이제는 큰 의미가 없는 기능입니다. 그 기능은 오디오 테이프 재생 기능입니다.

외계인 얼굴 비슷 ⓒ 자연死박물관

제2호 전시품인 LG전자의 TS-277입니다. 라디오 수신기능과 카세트 테이프 재생기능이 주요기능인 제품입니다. 제품의 태그가 훼손되어있어서 정확한 제조년도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해당 제품은 1995년 이후 제조된 제품이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GoldStar 브랜드로 나온 제품도 존재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LG전자로 바뀐 이후 제조된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럭키금성그룹이 그룹명을 LG로 바꾸면서 원브랜드명인 금성(GoldStar)을 LG전자로 바꾼 시기는 1995년 3월 입니다. 

기술의 집약체 ⓒ 자연死박물관

1995년은 이미 CD롬이 대중화된 시기입니다. 당시의 저는 CD롬이 달린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었고 세가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CD게임을 하고 있었으며 워크맨이 아닌 디스크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이미 대세가 넘어간 시대인 지금으로서는 쓸데없는 제품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죽어버린 미디어의 제일 마지막 시기의 제품이다 보니 역사적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죽은 기술이기에 제일 마지막 시기는 기술이 가장 발전된 시기임을 의미합니다. 덕분에 이 제품에는 카세트 테이프를 사용하는 가장 진보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오토리버스 ⓒ 자연死박물관

CD와 달리 카세트 테이프는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LP로 마찬가지입니다. 이 양쪽 면을 테이프를 꺼내지 않고 바꾸는 기능이 오토 리버스 기능입니다. 그 기능을 사람의 힘을 사용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참 경제적으로 구현해두었습니다.

재생속도 변경 다이얼 ⓒ 자연死박물관

디지틀 방식으로는 매우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들이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제품들을 보면 참 여러 가지 시도와 방법으로 어려운 기술을 구현해 낸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문제해결 방식은 늘 영감을 줍니다. 놀랍게도 이 제품에는 테이프의 재생속도를 바꿀 수 있는 다이얼식 버튼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영상이나 음악의 속도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고급 기능이었습니다. 속도조절버튼 옆으로 마이크 구멍이 보입니다. 자체 마이크로 녹음도 가능합니다.

전원케이블 연결구 ⓒ 자연死박물관

옛날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자체 파워서플라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제품들처럼 무거운 어댑터가 없어서 깔끔합니다. 물론 덕분에 미세먼지가 많아 나오고 발열도 크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제품자체의 완성도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휴대용 ⓒ 자연死박물관

제품의 완성도는 얼마나 많은 선택적 기능을 제공하느냐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제품은 휴대용입니다. 외부전원 없이도 건전지를 사용해서 구동이 가능합니다. 손잡이가 괜히 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전원 없이 사용하려면 엄청난 개수의 건전지가 필요하군요.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AAM 건저지가 6개 들어갑니다. 그리고 추가도 AA건전지도 하나 들어갑니다.

다양한 옵션 ⓒ 자연死박물관

마음만 먹으면 이 제품에 건전지 꽉 채우고 유선 이어폰으로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사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유사시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능은 갖추고 있습니다.

영문 인터페이스 ⓒ 자연死박물관

본 제품은 분명 국내 내수용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사용자메뉴가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물론 크게 어려운 영어는 아니며 직관적으로 잘 정리되어있습니다만 직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전자시계 탑재 ⓒ 자연死박물관

제품에는 타이머 기능과 시계기능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시계는 알람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아날로그 방식의 단점을 크게 부각시켜줍니다. 아날로그 시계의 시간을 맞추려면 정말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그리고 설정방식을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제품의 전원선을 뽑아도 시계가 작동하려면 내부 전지 같은 것이 있어야할텐데 아마도 건전지 투입구에 추가로 들어가는 AA건전지가 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현재 시계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 돋는 안테나 ⓒ 자연死박물관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안테나는 아날로그 감성을 뿜뿜합니다. 모든 기능은 손으로 다이얼을 돌리거나 토글스위치를 넘겨야하는 방식이 요즘같은 디지틀 시대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고장나지 않았지만... ⓒ 자연死박물관

자연死박물관의 전시품이지만 사실 제품자체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라디오라는 매체와 카세트테이프라는 미디어는 확실히 죽었고 다시 살아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살아난다면 좀비나 망령정도에서 그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현대의 기술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합니다. 하지만 옛추억을 떠올리며 과거의 저작물을 재미삼아 돌려보는 정도의 기능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같은 제품 ⓒ 번개장터

이 제품을 번개장터에서 어느 판매자분이 골동품 취급하면서 15만원에 가격책정해서 올려둔 것을 봤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이 제품은 골동품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한 제품처럼 LG전자 로고가 붙은 제품도 나온 것을 봐서는 꽤 오랜기간 이 형태로 제품이 제조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구하려고 하면 쉽게 구해지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외계인 얼굴 ⓒ 자연死박물관

가만히 보면 이 제품은 외계인 얼굴을 닮았습니다. 미국인들의 상상에 나오는 아몬드 같은 눈과 작은 턱의 외계인 머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스필버그 감독의 E.T.에 나오는 외계인 같기도 합니다. 이런 외관 덕에 이 제품을 보고 있으면 90년대 사이버적 감성이 느껴집니다.

이전에 소개한 1호 전시품과 마찬가지로 알코올로 깨끗하게 닦아서 중고장터에 올려볼 생각입니다. 필요한 분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그 쓰임을 더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죽은 것은 라디오 매체와 카세트테이프 미디어입니다. 누군가가 추억의 테이프를 듣는데, 이 제품을 쓰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