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이런 이유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는 '세대'가 존재합니다. 세대를 통해서 생명체의 종을 이어갑니다. 모든 개체는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생명체가 아니어도 '세대'라는 표현과 개념은 흔히 사용됩니다. 아이폰 15가 아이폰 16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기술과 그 기술의 산물인 제품도 '세대'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제품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제품은 사라지는 수순으로 이어집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전화'는 이미 첫 세대의 '전화기'와는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2024년 현재 이런 틈바구니에서 당연히 사라져야 함에도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과거 세대의 기술과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라디오'입니다. 오늘 소개할 전시물은 이 라디오 방송을 듣기 위한 라디오 전파 수신기입니다. 통칭 '라디오'라고 불리는 물건입니다.
본 전시물은 1997년 4월 5일 제조된 라디오입니다. 형태로 보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품에 나사로 매달 수 있는 3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판매회사가 주방가구를 만드는 '에넥스'라는 회사인 것으로 보아 주방가구에 일체형으로 설치하는 제품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인터넷상에 제품과 관련된 정보는 없습니다. 아마도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에넥스社의 특정 제품에 부분으로 존재하는 제품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집 주방 한 켠에 나사로 고정해서 설치했었지만, 평소 라디오를 들을 일이 없다 보니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전자렌지 위의 공간에 그릇을 좀 넣어보려는데 방해가 되기에 이번 기회에 분리해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본체에는 3개의 나사 홀이 있어서 쉽게 착탈이 가능합니다. 본체는 매우 가벼워서 설치에 부담이 없고 사고의 위험도 적습니다. 저울을 사용해서 직접 측정해 보니 제품의 무게는 1.01kg입니다. 제품의 크기는 가로 30cm, 세로 21cm, 높이 3cm로 A4용지 사이즈 정도됩니다.
제품은 스테레오 방식으로 좌우 채널에 대응하는 스피커가 1개씩 총 2개가 달려있습니다. 음량은 상당히 큰 편이고 스피커 해상도도 나쁘지는 않지만, 소스가 전파로 날아오는 라디오 전파이다 보니 아무리 좋은 스피커라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품은 220V 전용으로 220V 전용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스피커의 사이즈는 7cm로 스피커의 바닥이 아래를 향하고 있기때문에 바닥에 둔 상태로는 사용하지 않는 제품임이 확실합니다. 스피커가 아래를 향하고 있기때문에 쉽게 먼지가 쌓여 오염되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과거 제품들의 만듦새는 요즘 제품보다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원관련 부품입니다. 과거의 제품들은 제품내에 자체적으로 전원공급장치가 들어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품안에 전원을 처리하는 부품이 있다보니 위의 사진에서처럼 제품에 전원선을 그대로 연결합니다. 하지만 요즘 제품들은 외부 파워서플라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요즘 제품들은 제품의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들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보니 과거 물건이 귀한 시절의 유물에 비하면 조악한 면이 많습니다. 전파 수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외부 안테나도 달려있습니다.
제품 스펙입니다. 퓨터용 2채널 스피커보다 작은출력이지만 라디오 듣기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모델명인 SEP-2000은 라디오의 모델명이 아닌 싱크대가구의 제품명인 것 같습니다.
제품의 전원을 켠 상태입니다. 상태 화면에 백라이트가 들어와서 어두운 상태에서도 사용하기가 쉽습니다. 기능은 자동 주파수 잡기와 방송국 기억해 두기 그리고 켜고 끄는 시간 설정 등이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텔레비전 시대를 지나 인터넷 시대에서도 유지되었지만, 유튜브와 SNS의 시대에서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이자 유튜브와 SNS 서비스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보이는 라디오'라는 웃픈 고육책을 쓴다 해도 결국 오디오 미디어는 오디오 미디어일뿐입니다. 이제 라디오 방송은 독자적 방송이라기보다는 유튜브 컨텐츠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오디오 컨텐츠인 팟캐스트에도 밀려버린 상태입니다. 종이신문과 더불어 기존의 기득권이 아노미에 빠진 법령을 붙들고 국민 세금으로 억지로 끌고가는 좀비같은 산업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디오 방송을 즐기는 분들은 계십니다. 덕분에 이 제품이 쓰임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본 전시품은 알콜로 세척해서 중고장터에 등록될 예정입니다. 중고장터에 올리기 전에 이곳의 1호 전시품으로 사진을 찍어 정리해 봤습니다.
박물관 제1호 전시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서 그 생명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판매글을 올려봤는데 금방 판매가 되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후 전시품도 이렇게 새 생명을 얻게되면 합니다. 앞으로 포스팅 이후의 과정도 보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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