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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死LB005] 환상적인 홈 스튜디오 제작을 위한 로직 오디오 플래티넘 4.6 [ISBN 89-8379-198-5] 도서출판 혜지원

리뷰를 가장한 주관적인 음악이야기 2탄 : 의도한 대로 음악하는 시대도 끝났다.

 

정보는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그 생명을 다한 책들을 폐기하기 전에 소개하는 자연死도서관의 제5호 서적은 도서출판 혜지원에서 발행한 DAW 프로그램인 로직의 학습서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피날레와는 달리 로직 오디오는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니 명맥을 유지한다기보다는 아예 업계의 표준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시점 매킨토시 환경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로직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로직은 발표된 것은 1980년대 후반으로 그 역사가 매우 깁니다. 저는 emagic이라는 회사의 로고가 달린 버전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로직을 만들던 emagic은 현재는 애플에 인수되었습니다. 아이폰이나 매킨토시에는 기본적으로 '개러지밴드'라는 무료 음악 제작 프로그램이 들어있습니다. 현재의 로직은 이 개러지밴드의 고급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로직은 현재의 로직과 매우 다르다는 뜻입니다.

 

과거 미디로 대표되던 컴퓨터 음악 제작은 단순 반복 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컴퓨터 음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컴퓨터가 해주는 일은 없었습니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입력해 가면서 데이터값을 입력했고 그렇게 입력된 일괄적인 데이터를 마치 사람이 연주한 것처럼 만들려고 또 단순 작업을 해왔습니다. 1세대의 툴들은 이런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는 작업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는 부분이 기술력이었습니다.

 

이런 초기의 컴퓨터 음악은 직접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신호로 바꾸어서 저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를 교정하는 방식의 기술들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입력장치도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이 자신이 주로 다루는 악기의 형태로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미디 입력을 지원하는 색소폰이나 기타 드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필요성과 접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자드럼은 소리를 내기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신호를 입력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신호로 이루어지던 컴퓨터음악이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고 저장할 수 있게 된 때부터 미디라는 신호체계의 규약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컴퓨터 음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동안은 기술의 부족으로 음악을 미디와 같은 신호로 처리해야 했지만, 이제는 소리 자체를 바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리 자체를 그대로 다루는 것은 또 그 나름의 비효율성이 존재합니다. 신호로 만들어진 체계에 비해서 변경이나 수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샘플러의 시대가 이어집니다. 음성파일을 어느 정도 체계화해서 정리한 후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죠. 이때부터 외부 플러그인들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하드웨어로 존재하던 음악 장비들이 소프트웨어로 바뀌었습니다. 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호건 녹음이건 할 것 없이 컴퓨터에 명령만 하면 음원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애플 개러지밴드의 스마트 드럼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굳이 악보를 그리거나 드럼을 연주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에서 세팅만 하면 드럼 소리 음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드럼 치듯 값을 입력할 수도 있고 진짜 드럼을 녹음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악보나 데이터를 찍어서 음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AI를 통해서 작곡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방식이 서로 통용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툴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이제 음악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되었습니다. 결국 가장 번성한 생태계는 개체수뿐만 아니라 종도 가장 많은 생태계일 겁니다. 지금은 컴퓨터 음악계에는 매우 다양한 방식이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최초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로직이 여전히 살아남은 이유는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잘 대처하고 방법을 선도해 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현재 컴퓨터로 음악을 하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개념이 탑재되면 현재의 개방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거 역사서일 뿐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피날레 학습서와 출판사도 같고 발행 시기도 비슷합니다. 아마도 두 책을 함께 구입한 모양입니다. 책의 주인은 이 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이제는 이 책들에 쓰여진 정보는 아무 의미가 없고 훨씬 쉽게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게되었기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