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납니다. 자연死박물관 제9호 전시품은 부직포 장바구니입니다. 그동안 그럭저럭 사용하다가 바닥이 찢어져서 버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장바구니 사용이 권고되기 전부터 장바구니를 늘 사용해 왔습니다. 요즘에는 어디서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성인 남성이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꺼내 들면 계산원이 유별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계산원이 반사적으로 비닐봉지를 한 장 꺼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 비닐봉지 필요 없다고 하면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계산원도 많았습니다.
좋았던 기억도 많습니다. 가끔 출퇴근 시에 마트를 들르게 되는 때면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를 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를 기억하고는 일부러 봉툿값을 받지 않던 분도 계셨습니다. 서로 쓰레기 줄이기에 같은 뜻을 가진 것을 확인하는 듯한 상황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시장에서 과일을 살 때 플라스틱 용기 가져왔다고 덤을 주는 상인분도 계셨고 해장국집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때도 냄비를 들고 가면 재밌어하시며 양을 더 주시던 사장님도 계셨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그때보다 좋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보편화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납니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사용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에코백의 과잉을 만들어낸 것이죠.
오늘 그 생명을 다한 이 장바구니는 원해서 쓰게 된 물건은 아닙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치과에서 무료로 받은 홍보용품입니다. 정작 해당 치과는 현재 저 이름으로 영업하지 않습니다. 장소도 옮겼습니다. 하지만 장바구니는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좋지도 않고 사은품이라 품질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재활용 소재의 종말 처리상태라고 할 수 있는 합성 부직포로 만들어져있어서 자원으로서 재활용될 가치도 없는 물건입니다.
이 똑딱이 단추는 사용 1회째에 저 상태가 되었습니다. 조직이 치밀하지 않은 부직포에 금속제 단추를 달았으니 제대로 힘들 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작게 접히는 것이 생명이 접이식 장바구니에 저런 하자가 생기는 것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런데도 불편을 감수하면서 참 오래도 사용했습니다.
제품이 견고하다는 느낌이 없다 보니 무거운 것을 담을 때면 튼튼한 다른 장바구니를 사용했습니다. 물건을 들고 오다가 바닥이 빠지거나 줄이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신경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늘 보조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오래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바닥 부분에 무언가 날카로운 찍히거나 그것이 쓸려서 찢어진 것 같습니다. 망가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용 전에 발견하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은품을 매우 싫어합니다. 처치하기 곤란한 물건이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료로 나눠주는 제품은 정말 쓸데없는 낭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 장바구니도 그런 물건 중의 하나였습니다. 제품이 견고하거나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디자인이 예쁘거나 사용이 편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곳저곳 알리고 싶은 제공자의 정보만 새겨져 있는 싸구려 광고판입니다. 게다가 이제 그 광고의 주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광고판의 기능이 상실된 상황에서 장바구니의 기능도 상실되었으니 미련 없이 보내주는 것이 맞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대충 10년 정도 사용한 부직포 장바구니를 보내줬습니다. 에코백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용된 소재도 친환경적이지 않고 재활용이 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사용하기에는 너무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참 억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장바구니를 참 오래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직 똑같은 물건이 하나 더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10년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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